한글 홈스쿨 목적의 구조
운전면허증을 딸 때, 부부간에는 운전을 가르쳐 주면은 안된다는 우수게 소리가 있었다.
운전을 가르쳐 주겠다며 뽐 내며 나섰던 남편들이 이내 아내의 어이없는 운전 모습에 성질을 내고,
서로간에 철전지 원수가 되어 "내가 다시 너에게 운전을 가르치면(배우면) 니 아들이다."라는 막말로 끝장난다는 이야기다.
이런 일은 사실 어디서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처음 부부간에 운전을 가르쳐주고, 배우는 목적은 부부애의 확장 또는 확인임에도
단지 운전기술의 전수라는 목전에 있는, 말단의 목적에 집착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식은 귀납적이라 연역적 사고를 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면,
대부분 지엽적인 문제나 눈앞의 성과에 감정적으로 흔들린다.
울 아들 한글 홈스쿨을 직접 시작하면서 목적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정리가 안되어 약간 혼란스러웠다.
되도록 빠른 시간안에 기본적인 한글을 읽고 쓸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과
한글 보다는 공부에 대한 첫 느낌을 어떻게 심어 주느냐,
그리고 아이의 자존감을 어떻게 세워줄 것인가하는 생각들이 뒤죽 박죽 떠올라 정리가 안되었다.
우리 일상 문제의 대부분은 공간적인 제약으로 인한 경합을 시간적 우선순위로 풀어내는 것이다.
교차로의 혼잡을 신호등이라는 우선순위 체계로 풀어내는 것과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인 것들의 문제는 경쟁이라는 우선순위 체계를 가동하여 풀어내고 있다.
문제는 그 우선순위가 입체적 우선순위가 아니고 평면적 우선순위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나마도 상위 단계의 것이 아니고 맨 마지막 단계의 것이라는 점이다.
세상의 구조는 다섯개의 층위를 갖는다.
컴퓨터의 입력, 저장, 제어, 연산, 출력 같은 구조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다섯개 중에 제일 아래 층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집중을 한다.
그것이 제일 인식하기 쉬우니 당연한 일이다.
간단히 상위와 하위로 나눈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상위와 하위가 충돌하게 된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충돌 처럼 말이다.
우선순위가 없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싸우게 된다.
그런데 사실 다섯 단계의 층위는 상황에 따라 드러내는 모습이 다를 뿐, 같은 것이다.
우리가 지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소위 말하는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고
그에 따라 그것이 가장 중요한 단계로 취급 받는다.
최상위에 있는 단계의 문제가 풀리면 나머지 네 단계는 손쉽게 해결되는 문제임에도,
상위 단계로 갈수록 문제를 풀기 위해선 시간이 장기적이 될 수 있고,
창의적인 사고의 훈련을 받은 사람만이 스트레스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리는 하위 단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집에서 쓸 가구 하나를 손수 만들려고 해도 그 가구가 집안의 다른 부분과 어떻게 조화롭게 어울릴 지,
현재 필요한 용도에 얼마나 적합할 지, 그러기 위해 어떤한 재료를 사용할 지 등등..
이런 모든 구상과 설계에 대부분의 시간이 들어간다.
그러고 나면 적당한 공구가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만드는 것은 순식간에 만들어 낸다.
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다 만들어진 가구의 겉모습이고, 그것으로 평가를 한다.
이미 구상과 설계단계에서 나머지는 다 결정되어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보이는 가구만을 생각하고 만들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다.
그래서 아빠의 한글 홈스쿨은 다섯 단계의 구조적이고 입체적인 목적을 설정했다.
첫번 째, 아이가 한글이라는 첫 공부를 즐겁게 받아들 일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은 태어나자 마자 끊임없이 외부 환경을 탐색하고, 학습하며, 부단히 연습하며 자라난다.
그런데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원하든 원치않던 외부로 부터 비교당하며 학습을 강요받는다.
우리는 그것을 공부라고 말한다.
그 처음이 한글로 시작해 수, 영어...그리고 여러가지 특기활동으로 가지를 친다.
유치원 과정이 한글을 아는 것을 간주하고 진행하니, 친구들과 비교를 이미 본인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하는 상황에서 한글을 시작했으니 아이가 한글 공부를 통해 공부가 지겹고, 하기 싫은 것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신경써서 살펴야 하는 부문이다.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 상태와 몸 상태를 잘 살펴보야 한다.
아이가 하기 싫은 데, 다른 것이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억지로 한글을 떼기라는 결과에 집착해 무리하게 진행을 하지 않아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교재로 한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규칙은 필요하지 않다.
적당한 상황을 보다가 아이의 반응이 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상황에 맞는 공부방법으로 유도한다.
아이가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면 성공이다.
그러면 한글 공부의 동기부여에 성공하는 것이다.
두번 째, 아이가 한글 공부를 통해서 자존감을 세울 수 있도록 한다.
다른 아이 또는 동생과 실력을 비교하여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이건 무슨 글자야? 저 글자 아니?" 하며 자꾸 진도 나간 내용을 물어보아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상황과 포인트를 찾아 스스로 아는 것을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아이가 반응을 보이면 그 때 칭찬을 한다.
한글자 한글자 알아가면서 해내는 작은 일들을 통해 스스로 자존감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준다.
세번 째, 아이가 한글 공부 방법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준비하고 계획했던 공부방법을 선택하도록 제시하였는 데, 아이가 그 방법을 수용하지 않으면 억지로 시행하지 않는다. 그대신 아이는 다른 방법을 통해 하겠다고 하면, 그것을 수용하여 방법을 바꿔서 한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때, 따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한다는 것은 강제적으로 한다는 것과 다름아니다.
아이가 멋대로 행동하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상황, 상황들이 모두다 학습을 위한 시간이다.
그 상황을 어떻게 요리하여 활용하느냐는 부모의 능력인 것이다.
네번 째, 아이가 한글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한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을 완수하며 진행하는 그 즐거움을 알게 해 주고 싶다.
말하기,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아이의 자라온 과정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노력은 어쩌면 본능적인 노력이였지만 지금부터는 인격의 주체로서 의지적인 노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좌절, 두려움으로 자신의 한계를 너무 일찍 알게 되고, 점차 가능성의 영역을 줄여나지 않도록 격려와 기다림, 그리고 사랑으로 용기를 준다.
다섯 째, 아이가 한글을 올바로 읽고, 쓸 수 있다.
이 목적은 사실 아이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고자 하는 나 자신의 목적인것이다.
부모가 어떠한 자세를 갖느냐가 결국 아이의 자세를 결정하는 상부구조인 것이다.
그리고 첫번 째 목적이 달성되면 나머지 네개의 목적은 자동으로 달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행은 부모의 세심함, 사려깊음, 준비성, 이 모든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적극성과 체력이 필요한 어럽고 힘든 과정이다.
부모와 아이가 이런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로에게 영감과 힘을 주는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홈스쿨의 직접적인 목적인 것이다.
이가 성장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그 밑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 홈스쿨의 최종 목적이다.
어렵고 힘들지만 함께 하면서 답을 찾고, 시행착오를 겪어고 방향성을 보고 먼 길을 가봐야 겠다.
'Papa's Life > Childrearing & Edu'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펌] 비폭력대화에 기반한 공감과 소통, 진심연결-서기호 (0) | 2012.07.24 |
|---|---|
| 아빠의 홈스쿨-한글 5 (0) | 2012.07.02 |
| 아빠의 홈스쿨-한글 3 (0) | 2012.06.22 |
| 아빠의 홈스쿨-한글 2 (0) | 2012.06.22 |
| 아빠의 홈스쿨-한글 1 (0) | 2012.06.18 |